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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

[ 부천역 아이들 1] 누가 이 아이들에게 돌을 던지나요?



부천역 일대에는 노래방과 PC방, 당구장과 만화카페, 그리고 주민등록증 없이도 이용할 수 있는 여관과 모텔 등의 숙박시설과 유흥업소가 밀집해 있습니다. 경인 지역 위기청소년들이 모여드는 배경입니다. 부천역을 떠도는 아이들 중에는 가슴 아픈 아이들이 제법 많습니다. 가슴 아픈 정도를 넘어 끔찍한 상황에 처한 아이들, 지옥 같은 세상에 버려진 아이들이 어둠 속에서 절규합니다.


"죽고 싶어요!"


친아빠에게 피투성이가 되도록 맞았고

두 번째 아빠에겐 가정폭력에 시달렸고

세 번째 아빠에겐 성추행을 당한 열여섯 소녀 주희!


친아빠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무너지는 하늘 아래서 살 수 없어서

자신의 몸을 자해한 열여덟 소녀 다혜!


아빠처럼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고

공부, 공부, 공부하라는 엄마가 무서워서

집을 뛰쳐나와 거리를 떠도는 열다섯 소녀 은주는

깡패에게 납치돼 성폭행 위기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스물한 살 민우는 새아빠의 폭력에 시달리다 거리 소년이 됐습니다. 부모가 이혼한 초등학교 6학년 때 보육원에 맡겨진 민우는 엄마가 재혼한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엄마와 함께 살았습니다. 기쁨은 잠시였습니다. 새아빠의 폭력은 심각했습니다. 주먹뿐 아니라 쇠파이프와 식칼까지 휘둘렀습니다. 경찰이 몇 차례 출동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내가 맞고 칼에 찔린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엄마를 때리는 것은 참을 수 없었어요. 새아빠가 엄마를 쇠파이프로 때리려고 해서 막다가 다쳤어요. 어느 날은 엄마가 자살하려고 했어요. 잠긴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갔더니 엄마가 식칼로 자살을 시도해 병원에 간 적이 있어요. 새아빠의 폭력이 너무 무섭고, 폭력에 시달리는 엄마가 너무 불쌍해요."


민우는 엄마를 지켜주지 못하고 도망 나왔습니다. 흉포한 새아빠에 맞섰다면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을 지도 모릅니다. 새아빠의 폭력 때문에 거리를 떠도는 민우는 언제쯤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열아홉 소년 철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가출했습니다. 엄마와 이혼한 뒤 어떤 여자와 살던 아빠가 소주병과 유리컵을 집어던졌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칼로 위협한 적도 있었습니다. 철호가 담배를 물면서 말했습니다.


"너무 맞을 때는 아빠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차마 그럴 순 없어서 도망 나왔어요. 맞기 위해 태어난 것도 아닌데 살면서 맞은 기억 밖에 없어요. 세상에서 집 나가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어요. 집 나가면 개고생이잖아요. 그래도 거리가 편해요. 아빠에게 맞지 않아도 되니까요."


철호가 짠해서 안아주었습니다. 같이 밥을 먹어서인지 가만히 안겼습니다. 거리 소년이던 철호는 물건을 훔치고, 잡히고, 재판받고, 소년원 가고, 나와서 보호관찰 받다가 도망가고, 구인 당해 또 소년원을 갔다 왔다고 했습니다. 철호에게 "오늘은 어디서 잘 거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잘 데가 없어요, 부천역 어디서 자거나 그냥 밤새도록 돌아다닐 거예요. 근데, 새벽이 가장 힘들어요. 그때가 가장 춥거든요."


※소년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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